![]() 이미지 제공: Steve Bowers와 Artbreeder AI |
후기 정보화 시대에 재현생물학이 시작된 이래, 아마추어 유전공학자들 사이에서는 지구의 캄브리아기(BT 기준 5억 3,880만~4억 8,540만 년 전) 생물상을 재현하는 일이 커다란 매혹으로 자리잡았다. 이 시기의 화석 기록에는 기이하고 기묘한 생물들이 믿기 어려운 다양성으로 가득했다. 그중 많은 것들은 현대 지구 생물보다 오히려, 훗날 테라젠 문명이 조우하게 될 실제 외계 생물에 더 가까워 보일 정도였다.
이 생물들을 충실하게 재현하는 것은 재현생물학자들에게 각별한 도전이었다. 작업할 원본 유전물질이 전혀 없었을 뿐 아니라, 캄브리아기 생물과 조금이라도 닮은 현생 생물조차 사실상 존재하지 않았다. 근연종은 말할 것도 없었다. 게다가 캄브리아기 분류군의 화석 자체가 너무나 낯설고 모호해서, 형태를 쉽게 복원하기조차 어려웠다. 그럼에도 후기 정보화 시대부터 초기 연방 시대 사이에 수없이 많은 캄브리아기 종 복원 시도가 이루어졌고, 그 결과는 제각각이었다. 그중 가장 유명한 것은 아노말로카로이드류다. 이들은 캄브리아기 대표 생물 중 하나인 포식종 Anomalocaris를 모델로 만들어진 네오젠과 스플라이스의 느슨한 계통군이다.
이후 수천 년에 걸쳐 수백 개의 캄브리아기 재현생물 클레이드(통칭 신캄브리아 생물)가 테라젠 스피어 전역에 퍼져 나갔다. 주로 애완동물이나 동물원·생물관의 전시종으로 보급되었다. 그중 상당수는 취미가들에 의해 추가적인 유전공학, 사이보그화 또는 프로볼루션 처리를 받았다. 미중력 및 진공 환경에 적응하도록 설계되어 우주 공간에서 생존할 수 있는 형태들도 다수 만들어졌고, 일부는 거대한 크기로 자라나 사실상 생체함선이 되었다. 테라젠 스피어 곳곳의 궤도 우주항에서는 거대한 우주 삼엽충, 암모나이트, 직각석, 아노말로카리디드, Hallucigenia, Wiwaxia 그리고 수많은 캄브리아기 생물들이 관측창 너머로 유유히 떠다니거나, 들어오는 선박을 맞이하듯 화려한 군무를 펼치는 이국적인 광경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었다.
세월이 흐르면서 이 우주 유영 신캄브리아 생물들 중 많은 계통이 자연적이든 인위적이든 더욱 분기하고 진화했다. 더욱 기이한 형태로 변해가며 테라젠 기원의 생명체임을 알아보기 어려워진 것들도 많다. 일부 소폰트 클레이드는 독자적인 문화를 형성하고, 거주 공간의 변방에 터를 잡아 테라젠 문명과 크고 작게 교류하며 살아가기도 했다. 그중 한 집단은 특히 널리 알려져 있으면서도 유달리 은둔적이다. 그들이 스스로를 어떻게 부르는지는 알 수 없지만, 관찰자들은 그들에게 "캄브리아의 유령들"이라는 별명을 붙였다.
유령들은 심우주에 사는 신캄브리아 생물들의 다양한 집합체로 보인다. 지금까지 목격된 개체들의 기원은 거의 모든 알려진 캄브리아기 분류군에 걸쳐 있다. 대부분의 개체는 꽤 크지만 극단적으로 거대한 편은 아니며, 몸길이는 50미터에서 200미터 사이다. 흥미롭게도, 많은 우주 유영 신캄브리아 클레이드와 달리, 지금까지 조우한 개체들은 모두 화석 기록상 확인 가능한 범위에서 원형 종의 형태를 충실히 닮고 있다. 심우주에서 생존하기 위해 대대적인 개조나 사이보그화가 이루어졌을 것이 분명하지만, 외관상으로는 그 어떤 흔적도 보이지 않는다. 추진 수단 역시 외부에서 식별된 바 없어, 많은 이들이 그들이 어떤 형태의 무반력 추진장치를 사용한다고 추측한다. 만약 그렇다면, 이는 그들이 집단적으로 이례적으로 높은 수준의 기술력을 보유하고 있음을 시사한다. S4 파생 기술을 사용하는 신캄브리아 클레이드는 달리 알려진 바가 없기 때문이다.
이 은밀한 존재들에 대해 알려진 것은 그 외에 거의 없다. 세피로트 제국(Sephirotic Empires) 및 그 너머 곳곳의 거주 성계에서 목격 사례가 보고되었지만, 그들의 기원지가 어디인지, 조직화된 사회인지 아니면 느슨하게 연결된 고독한 개체들의 집합인지, 문화가 있다면 어떤 모습인지는 아무도 모른다. 거의 모든 조우에서 그들은 멀찌감치 떨어진 곳에 나타나 주변 상황을 관찰하는 듯하다가, 무선 통신이나 집속빔 신호에 응답 한 번 없이 홀연히 사라져 버렸다.
드물게 고위 초월지성(Transapient)들이 유령들과 접촉했다고 보고한 사례가 있다. 그 모든 사례에서 정보 교환은 전혀 이루어지지 않았다. 유령들은 어떤 질문에도 답하지 않았고, 먼저 무언가를 묻지도 않았다. 대신 전달된 것은 오직 깊은 우울감의 정서적 인상뿐이었으며, 때로는 그 속에 부러움과 원망의 감정이 어려 있었다.
이러한 점들, 즉 그들의 명백한 수줍음과 보수적인 체형 고수가 맞물려, 일부에서는 유령들 전체가 다른 어떤 멸종종 복원 기원 소폰트보다도 훨씬 심각한 재현생물 실존 불안에 시달리고 있다는 추측을 낳고 있다. 이 가설에 따르면, 유령들은 스스로를 아마추어 유전공학자들의 즉흥적 산물로 여긴다. 자신들의 조상은 고대 원형의 불완전한 복사본으로, 낯설고 변덕스러운 존재들의 오락을 위해 "부활"되었다가 원형이 살았던 세계와는 전혀 다른 우주에 내던져진 것이다. 이제 지능이 향상되고 별들도 비유적으로 그들의 손 안에 있지만, 그들은 여전히 자신이 시간과 공간 속에서 길을 잃은 존재라고 느끼는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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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발 노트
글: Andrew P
최초 게시일: 2024년 9월 27일.
최초 게시일: 2024년 9월 27일.
